기사 메일전송
이혼·비혼·한부모가족도 ‘차별’ 받지 않게…다양한 가족형태 포용
  • 김경훈 기자
  • 등록 2021-09-03 15:48:18

기사수정
  • 가족개념 확장…제도 마련과 함께 ‘인식개선 캠페인’도 전개

[일간환경연합 김경훈 기자]‘방송인 김나영, 연기자 조윤희·채림, 개그우먼 김현숙.’

최근 혼자 아이를 키우는 모습을 관찰예능으로 방송에 공개해 화제가 된 이들이다. 한동안 뜸했던 새로운 형태의 육아예능에 연예계 돌싱스타들의 등장이라는 점이 시너지를 내면서 이목을 끌고 있다. 방송이 종료되면 온라인 댓글에 용기를 내 출연을 결심한 패널들에 대한 응원과 따뜻한 격려가 이어진다. 이혼을 하면 과거 숨기기 급급했던 연예인들도, 이들을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시선도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비단 연예계로만 국한되지 않는다. 주위를 둘러보면 비혼출산, 1인가구, 미혼부모 등 다양한 가족 형태가 일반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 가족언어생활 공모전 홍보영상 캡쳐.(사진=여성가족부)


정부는 지난 4월 27일 발표한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 방안에서 ‘세상 모든 가족을 포용하는 사회기반 구축’을 제1번 정책과제로 정했다. 기존의 전통적인 형태의 가족에서 벗어나 가족의 개념을 다양화하겠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혼인·혈연으로 맺어진 관계가 아니더라도 동거 및 사실혼 가정이나 학대 아동 위탁가족도 법률상 가족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건강가정기본법 제3조와 민법 제799조를 개정하기로 했다. 그동안 ‘사실상 가족’이었지만 ‘법률상 가족’은 아니었기 때문에 소외되어온 사람들의 존재를 인정한 것이다.


이는 다양한 가족 구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높아진 상황을 감안한 결정이다. 지난해 6월 여성가족부가 전국의 만 19세 이상 79세 이하 국민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가족 다양성에 대한 국민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10명 중 6명은 법령상 가족의 범위를 사실혼과 비혼 동거까지 넓히는 데 찬성했다. 혼인·혈연 여부와 상관없이 생계와 주거를 공유한다면 가족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10명 중 7명이 동의했다.


대구에 거주하는 김모씨(70) 역시 처음에는 아들 내외의 입양을 단호히 반대했다. 부모가 되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남의 자식을 품고 기른다는 게 어디 쉬울까 싶어서였다. 게다가 입양 가족에 대한 시선도 걱정됐다.


김씨는 갓 두살이 된 어린 생명을 새 가족으로 맞이하는 순간에도 아들내외를 앉혀놓고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까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며 “나중에 애가 입양 사실을 알고 방황할 수도 있고, 기껏 키웠는데 친부모 찾아간다고 할 수도 있다”며 혈연으로 엮이지 않은 손자를 달가워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기에게 따뜻한 사랑을 주고 견고한 울타리를 만들어주고 싶다는 아들내외의 간절함과 손자를 오랜시간 돌보면서 반드시 핏줄이 연결돼 있어야만 가족이 될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에까지 이르게됐다.


김씨는 “나를 괴롭혔던 건 입양 가족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었다”며 “삶의 모습은 조금 달라보여도 모두가 같은 가족이라는 것을 손자를 키우며 알게 됐고, 입양 가족을 비롯해 수많은 다른 형태의 가족이 그 자체로 존중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방황끝에 18살에 임신을 한 최모씨(25)는 출산 후에도 축복받지 못한 청소년 미혼모였다. 아기 띠를 매고 버스를 타면 “청소년 입니다”가 울리는 버스카드에 “다 큰 어른이 왜 청소년 카드를 가지고 다니냐”는 기사님의 호통을 들어야했고, 전철을 타면 몇 살에 아이를 낳았는지, 아이 아빠가 있는지 물어보는 주변 사람들에 관심이 어딜 가도 끊이지 않았다.


취업 역시 쉽지 않았고, 그나마 우호적이었던 곳은 성추행과 성희롱의 피해속에 우울증과 공황장애라는 마음의 병까지 얻어야 했다.


최씨는 “한부모로써 아이와 함께 세상을 살아가려면, 나 자신이 굳건하게 바로 서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4년제 간호대를 들어가 현재도 편견에 맞서고 있다”며 “한부모도 다문화도 소년소녀가장도 다양성을 인정하고 편견과 차별없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며 바람을 내비쳤다.


여성가족부도 이처럼 다양한 가족에 대한 포용적 인식을 확산하기 위해 11월 25일까지 ‘약속 잇기’ 챌린지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실시한다. 다양한 가족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하겠다는 약속을 하자는 일종의 국민참여형 캠페인이다.


약속챌린지


참여방법은 ‘세상 모든 가족과 함께하기로, 약속해요!’라는 약속 메시지와 ‘해시태그’, 약속 동작(제스처)을 한 사진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게시한 뒤 지인을 지목 또는 추천하면 된다.


여가부는 약속 잇기 참여자에게는 선정을 통해 ‘약속반지’ 또는 ‘약속팔찌’를 선물로 증정할 예정이다. 약속반지와 약속팔찌는 여성새로일하기센터(새일센터)에서 창업을 지원한 기업과 사회적 기업 등에서 미혼모, 여성 노인 등 다양한 가족이 직접 제작한 것이다. 여러 색상의 실이 연결돼 하나의 반지 또는 팔찌가 되듯이 다양한 모습의 가족이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라는 마음과 다양한 가족을 존중하겠다는 약속 메시지를 상징한다.


정영애 여가부 장관은 “올해 ‘세상모든가족함께 약속해요 캠페인’을 계기로 모든 가족, 모든 가족 구성원에 대한 존중이 널리 확산되길 바란다”며 “가족 다양성을 반영해 모든 가족이 차별 없이 존중 받고 정책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법·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포토뉴스더보기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최신뉴스더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HD현대, 2조원 규모 초대형 컨테이너선 수주…18년 만에 최대 실적 HD한국조선해양이 24일 HMM과 2조1300억원 규모의 1만3400TEU급 이중연료 추진 컨테이너선 8척 건조 계약을 체결하며 2007년 이후 최대 규모의 컨테이너선 수주 실적을 달성했다고 밝혔다.HD현대는 이번 계약을 통해 초대형 컨테이너선 시장에서 경쟁력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수주 선박은 길이 337m, 너비 51m, 높이 27.9m에 달하는 대형 규모로, LNG 이.
  2. 서울배달+땡겨요, 피자·햄버거까지 할인 확대… 소비자·자영업자 혜택 강화 서울시가 27일 신한은행과 11개 피자·햄버거 프랜차이즈와 상생 협약을 체결하고 공공배달앱 ‘서울배달+ 땡겨요’의 할인 적용 대상을 확대하면서 소비자와 가맹점 모두 혜택이 커지는 ‘서울배달+가격제’를 본격 강화한다.서울시는 이날 오후 시청 영상회의실에서 신한은행,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그리고 도미노피...
  3. 오세훈 시장 “용산, 대한민국 미래 여는 도시 표준”… 국제업무지구 기공식 개최 서울시가 27일 용산국제업무지구 기공식을 열고 2028년 부지조성 완료와 2030년 초 입주를 목표로 하는 초대형 도시혁신 프로젝트의 본격 착수를 선언하며 용산을 국가 미래전략의 핵심 거점으로 육성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기공식은 27일 오후 2시 용산구 한강로3가 일대에서 시민과 사업시행자 등 5,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lsq...
  4. 중고아이폰 해외배송 피해 두 달 새 60건… 청년층 중심 피해 확산 중고아이폰을 해외배송 형태로 판매하는 온라인쇼핑몰에서 배송지연과 환급거부 사례가 급증하며 경기도 내 피해상담이 두 달 만에 60건으로 늘어나자 경기도가 청년층을 중심으로 확산하는 소비자피해에 주의를 당부했다.경기도는 최근 SNS 광고와 블로그 후기를 통해 소비자를 유인한 뒤 해외배송을 이유로 배송 기간을 2~4주로 안내하고 ...
  5. 인천시, 새로운 대표 관광기념품 7점 선정…도시 브랜드 가치 높인다 인천광역시(시장 유정복)와 인천광역시관광협회(회장 이임혁)는 지역을 대표하는 관광기념품을 발굴하기 위한 공모전을 개최하고 지난 11월 26일 `2025년 인천 관광인의 날` 행사에서 최종 선정된 7점의 수상작을 시상했다고 밝혔다.이번 공모전에는 11개 업체에서 총 12점의 작품이 접수됐으며, 인천의 지역 특성과 도시브랜드, 캐릭터를 활용.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